개발자의 정년은 몇살 일까?
나는 몇살까지 개발자로 일할 수 있을까? 개발자라면 이 생각을 한번이라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40대에 접어드는 10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 특히 이 고민을 가장 많이할 것이다.
이전 글의 개발자 로드맵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40대 10년차 언저리에서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직면하는 고민이다. 다른 직업군에서도 비슷한 고민은 하겠지만 유독 개발자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직장 수명이 짧다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개발자는 40대가 넘어가면 치킨집을 차리게 된다는 치킨집 드립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었다. 치킨집에서 커피숍, 편의점 등이 언급되다가 요즘은 자영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아져서인지 더이상의 치킨집 드립은 없는 듯하다.
왜 개발자의 직장 수명은 짧을까?
개발자의 직장 수명이 짧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기술 기반의 솔루션 회사가 적은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중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그 핵심 기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경험 많고 실력있는 개발자가 계속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SI, 외주 개발의 비중이 너무 많다. 딱 어느 정도의 기술 수준 정도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기술 수준보다는 맨먼스(man/month)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이 되는 개발자는 관리자로 전향시키려 노력한다. 업무를 잘 아는 관리자 한명만 있으면 개발자는 어느정도 대체 가능하다.
그리고 사실 ‘갑’사에서도 왠만해서는 ‘을’사에서 제공하는 특급개발자는 아무리 연차가 오래되어도 인정을 잘 안해준다. 고급개발자도 최소한으로 포함시키는데 이는 업무가 특급 및 고급 개발자가 반드시 필요할 만큼의 난이도가 있는 개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주 개발 업체에서 굳이 경력이 오래된 나이 많은 개발자를 많이 보유할 필요가 없다.
두번째는 우리나라만의 나이 문화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관리자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개발자를 원하지 않는다. 관리자가 40세면 40세 미만 개발자를 50세면 50세 미만에서 개발자를 주로 뽑으려 한다. 모집 요강에 나이 제한은 없다지만 나이가 많으면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배제된다.
우리나라는 어떤 모임이건 일단 모이면 나이 묻고 서열 정리부터 하는게 보통이다. 형님 동생 해가며 빨리 친해지고자 하는게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문화가 직장에서도 비슷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이 업계의 특징이 문제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이 직장 생활을 만땅 채워 한다면 대충 30년에서 40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업계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나다. 아이폰이 국내 도입된 것이 2009년 말,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갤럭시폰이 2010년 초이다. 13년 남짓 지난 지금의 상황을 보자. 얼마나 달라졌는가.
그 전에는 윈도우 프로그래밍만 할 줄 알고 Visual Studio만 잘 사용하면 개발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모바일 기기에 대한 개발 수요도 있긴 했지만 Windows CE와 Windows mobile 모두 Visual Studio로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기술들이 나와있다.
십여년간의 변화도 이러한데 다음 십년은 또 얼마나 발전할지 그 기술의 변화를 내가 다 따라갈 수 있을지..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개발자의 길을 접고 다른 길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게 어찌보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
개발자로 롱런할 수 있는 방법
개발자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오래 일할 수 있는 좋은 회사에 다니거나 능력이 출중하여 나이를 먹어도 불러주는 곳이 많은 개발자가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 트랜드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독보적인 원천기술 기반의 업무를 한다거나 아니면 이런 변화 자체를 즐기고 학습하는 것에 뛰어난 개발자는 별로 고민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개발자, 특출나진 않지만 개발 자체를 좋아해서 그저 개발을 좀 더 오래하고 싶은 개발자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개발만 하다가 40대 50대가 되어서 지금 직업을 바꾸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로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적절한 시기에 독립하여 내 회사를 갖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개발자란 직업은 내 사업을 하기에 정말 좋은 직업이다. 내 회사라고 하여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뜻이 맞는 몇명이 모여서 할 수도 있고 나 혼자해도 된다. 나 혼자 한다면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다.
돈이 되는 아이템을 찾아 자체적으로 수입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거나 돈이 되는 일거리를 찾아 외주 전문 회사가 되어야 한다.
가장 베스트는 전자라고 생각되지만 돈이 되는 아이템을 찾아 성공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후자를 선택한다면 돈이 되고 비교적 일거리가 많은 분야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쪽을 추천하고 싶다. 일거리도 많고 보수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주변에 나이 많은 사람이 많다. 50대도 많고 심지어 60대도 봤다.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 자바/스프링, C/C++ 쪽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개발자의 나이대가 높은 편이다.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쪽의 업무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쓴다.
개발자로서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기에 다음 스텝이 고민된다면 고려해보기 바란다.